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첫 심문에서 재판부는 양 측 변호인단의 입장을 들은 뒤 “분쟁이 원만하게 타결되기를 바란다.”며 합의를 권고했다. 그러나 세종 측은 “의뢰인들에 대해 계약서 등 수익 내역의 완전한 공개가 없는 한 합의는 힘들다.”며 “계약 당사자에게 계약서 공개는 당연한 요구”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는 SM엔터테인먼트를 향한 증거보전 신청과도 맥을 같이하는 주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SM 측은 법원에 즉각 증거보전 취소 신청서를 제출하며 항고했다. 해당 문서는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 명령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SM 측은 “동방신기 일부 멤버들이 수익금 정산과정에서 발생한 영수증, 자료 등은 회사의 영업 비밀이고, 이것이 언론 등에 노출됐을 때는 치명적일 수 있다.”며 자료 공개에 난색을 표했다.
SM은 “해당 문서들은 그 작성 시기와 종류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결국 재판부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마감시한까지 SM의 자료제출 소식은 끝내 전해지지 않았다.
법원, SM 측 증거보전 신청 취소 요청 ‘기각!’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흐른 9월 18일. 법원은 SM의 증거보전 신청 취소요청을 기각했다. 이는 SM이 세 멤버 측이 요구한 증거보전 신청서를 받아들여 수입내역에 관계된 서류와 문서 일체를 법원에 제출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또한 양측 간 법정공방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내보이는 것이기도 했다.
법원은 “(관련 자료가)연예인과 연예기획사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해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있고,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문서 소지자는 그 소지 문서의 제출을 거부하지 못하므로 이 문서들이 문서제출 명령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항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SM은 동방신기의 활동에 따른 수입과 지출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법원이 요구한 관련 문서일체를 10일 이내에 재판부에 제출해야 했다.
증거보전 신청은 ‘동방신기 사태’의 핵심 쟁점이나 다름없었다. 이처럼 자료공개가 중요한 이유는 불공정계약 논란의 핵심인 동방신기 활동에 따른 정확한 수입내용과 공정한 수익배분이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법원이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자료를 통해 동방신기의 실제 매출액 등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인지 여부도 주목의 대상이었다. SM이 발표한 동방신기 데뷔 이후 5년간의 매출액인 498억 원은 물론, SM 전체 매출액 1487억 원의 규모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될 수 있었다. SM은 이러한 배경에서 그간 자료공개 여부를 두고 법원과 적잖은 신경전을 벌여왔던 것이다.
SM은 “동방신기가 498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SM의 5년 동안 제반 비용의 총 액수는 345억이며, 같은 기간 영업 손실 누계는 70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그동안 큰 수익이 없었다고 주장해 왔던 터다.
하지만 세 멤버는 “수입 내역을 소속사로부터 정확하게 확인한 적이 없다.”며 이에 대해 의구심을 품어왔다. 증거보전 신청을 낸 것도 동방신기 활동을 둘러싼 금전 관련 의혹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측면이 강했다.
팬들도 아시아 최고 그룹으로 성장하며 한국과 일본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던 동방신기가 1년에 1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것을 못미더워 했다. 일부 팬들은 동방신기의 매출 규모와 세부 내역 분석하며 구체적인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팬들은 “앨범, 행사, CF 외에 SM에서 발매된 화보, DVD, 유료 서비스 등 일부 물품과 관련된 경우 천문학적인 액수에 육박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SM이 제시한 액수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실제로 2008년 동방신기가 발표한 4집 <주문-미로틱>은 국내에서만 50만장 이상 팔려나갔다. 오프라인 앨범 판매만으로 5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음원 모바일 수익이나 방송 및 행사 출연료 그리고 가장 막대한 수입원인 콘서트를 제외하고 100억 원의 절반을 달성한 셈이었다. 따라서 동방신기가 벌어들인 매출액이 SM이 발표한 금액의 2배인 1000억 원 이상일 것이라는 예측은 그리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법원의 결정에 SM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모든 문서를 제출할 경우 SM의 매출액을 시작으로 비용, 순이익 등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사안에 따라서는 그동안 대외비로 관리하던 영업 자료와 기밀이 마치 ‘속살을 내보이듯’ 그대로 드러날 가능성도 있었다.
법원이 SM의 증거보전 신청 취소 요청을 기각함으로써 세간의 관심은 이번 문건 제출을 통해 동방신기를 둘러싼 금전 관련 의혹들이 명쾌하게 해소될 것인지 다시 법원과 SM으로 향했다.